법관들, 내부망서 연일 ‘와글’
‘조희대 사퇴’ 촉구했던 판사
“이성 갖고 멈추길” 여권 성토
“신뢰 잃은 과정 봐야” 반론도
내달 7일 법관대표회의 주목
조희대 대법원장(사진)을 겨냥한 국회 국정조사 추진 등 여권의 압박이 높아지자 법관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법 독립 침해’라는 반발이 강한 가운데 ‘사법부 성찰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3일 취재를 종합하면 법관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연일 법원내부망(코트넷)에 현안 관련 게시글과 댓글을 올리고 있다. 올해 초 사법개혁 3법 입법 당시 차분했던 분위기와는 다른 양상이다.
성찬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가 지난달 30일 올린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이 기폭제가 됐다. 성 판사는 사법개혁 3법 입법, 대법원장 탄핵 논의, 국정조사 시도 등 사법부가 처한 상황을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빗대 “사법부의 독립이 위태로운데도 정작 법원 내부는 너무나 조용하다”며 “부당한 공격에 대해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에 20명 이상이 댓글을 달았다. 법관들은 대체로 성 판사의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한윤옥 창원지법 밀양지원장은 “사법권 독립 및 삼권분립이 정치권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그 독립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정치권력에 잠식되고 위협받는 순간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어떻게 포장할지라도 정치권력의 통치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여권 압박이 재판 독립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양근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법원장마저 이렇게 난도질하는데 이 모습을 보는 법관들이 정말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재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때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던 정욱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개별 재판에 대한 불만이나 영향 시도를 실질 사유 삼아 사법부를 몰아붙이는 것은 명백히 사법독립에 대한 침해”라며 여권을 향해 “부디 이성을 갖고 그쯤에서 멈추길 바란다”고 적었다.
사법부 성찰이 먼저라는 반론도 있다. 박병곤 남부지법 판사는 ‘사법부 독립을 말하기 전에 답해야 할 질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과정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썼다. 박 판사는 12·3 내란과 관련해 “중대한 위기 상황에서 법원이 과연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이례적으로 신속한 심리 과정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고 했다.
다음달 7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현안에 대한 법관들의 반발과 우려가 어떤 형태로 논의될지 주목된다.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들이 참가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 규칙에 따라 구성된 공식 기구다.
남준우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침묵의 의미’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례 없는 그리고 향후 정권과 관계없이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한 대법관 재제청 사태”와 관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를 열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조 대법원장 관련 현안에 관해 구체적인 목소리를 낼 경우 자칫 여권과 사법부 전체의 대립구도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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