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 서울경제DB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그룹 뉴진스의 전속계약서를 공개하면서 K팝 아이돌의 계약 관행이 전 세계의 도마 위에 올랐다. 계약 당시 14~17세였던 멤버들의 건강과 학습, 휴식을 보장하는 조항은 빠진 반면 사생활을 제한하는 내용은 담겨 있어, 미성년 아티스트의 권리 보호와 기획사의 투자 이익을 둘러싼 K팝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4~17세에 체결한 계약…건강·수면 보장 조항은 빠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뉴진스 멤버 5명이 데뷔 전 소속사 어도어와 체결한 전속계약서를 입수해 주요 내용을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계약 당시 멤버들의 나이는 14~17세였다.
NYT가 주목한 것은 미성년 연예인을 보호하는 조항의 부재다.
한국 정부의 표준전속계약서에는 미성년자의 신체·정신 건강과 학습권, 수면·휴식권을 보장하고 과도한 노출이나 장시간 활동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뉴진스의 계약서에서는 이러한 문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대신 멤버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조항은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불성실한 태도’, ‘자기관리 소홀’, ‘부적절한 이성 교제’ 등이 금지됐으며,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공개 발언도 제한했다.
NYT가 계약서를 검토하도록 의뢰한 전문가들은 이처럼 해석의 여지가 넓은 표현이 계약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소속사의 재량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는 이에 대해 정부 표준계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이며, 계약 내용은 멤버들의 부모가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법률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학업 중단을 강요하거나 휴식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NYT는 한 멤버의 어머니가 계약 내용 수정을 요청하자 어도어 측이 계약 자체를 재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한 이메일도 소개했다.
계약 끝나도 얼굴·목소리 활용…AI 복제 가능성까지
그룹 뉴진스. 서울경제DB
NYT는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회사가 멤버들의 이름과 얼굴, 음성을 사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도 주목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회사는 계약 종료 후에도 멤버들의 초상과 음성을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사용을 허락할 수 있다.
NYT는 이러한 조항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음성 복제나 챗봇 제작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로 해당 조항이 어디까지 법적 효력을 갖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음악에 관한 권리도 쟁점으로 다뤄졌다. 회사는 계약이 끝난 뒤에도 뉴진스의 기존 음원을 판매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멤버들에게 지급하는 수익 배분 비율을 낮출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위약벌 산정 방식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계약서에는 월평균 매출액을 계산할 때 실제 매출이 발생한 달만 반영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이 없는 달을 제외하면 평균 매출액이 높아져 계약 위반 시 부담해야 할 위약벌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이브는 해당 산식이 업계 기준에 부합하며 회사와 아티스트 양측의 재정적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반박했다.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매달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로 위약벌이 늘어나는 효과는 없다는 설명이다.
미용 비용은 멤버 부담?…하이브 “연습생 빚 없이 데뷔”
연습생 시절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도 NYT의 분석 대상에 올랐다. 계약서에는 성형수술과 피부 관리 등 미용 관련 비용의 상당 부분을 멤버들이 부담하도록 한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는 성형수술을 요구하지 않으며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수술이나 시술을 권유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뉴진스의 초기 육성 비용은 회사가 부담했으며, 멤버들은 이른바 ‘연습생 빚’ 없이 데뷔해 활동 직후부터 수익을 정산받았다고 강조했다.
NYT가 취재한 전문가들도 재정적 조건 자체는 K팝 업계에서 비교적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보도는 뉴진스와 어도어의 법적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뉴진스는 2024년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으나, 2025년 3월 법원은 어도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어도어는 같은 해 12월 업무 거부와 무단 솔로 활동, 제3자와의 계약 등을 이유로 멤버 다니엘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NYT에 따르면 청구액은 약 2200만달러로 대부분이 위약벌에 해당한다. 다니엘 측은 이를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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