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산업은 기술 발전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은 현장에서 쓰이며 데이터를 쌓고 검증받지 않으면 연구실 밖에서 상용화하기 어렵다. AI로봇이 대표적인 예다. 현장에서 사람 사물과 상호작용하며 시행착오 속에 더 똑똑해진다. AI로봇에게 절실한 건 일하고 배울 기회다.
AI로봇은 현재까지 완벽하지 않다. 기대만큼 일을 해내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소비자는 충분히 검증된 제품을 구매하려고 한다. 그런데 모두가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린다면 AI로봇은 경험을 쌓을 수도, 완벽해질 수도 없다. 정부가 첫 번째 구매자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중국은 이미 행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휴머노이드 기업 매출의 45%를 정부가 책임졌다. 올해는 각 국유기업이 10곳 이상의 휴머노이드 활용 현장을 발굴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작년 중국은 휴머노이드 1만 대 이상을 양산했고, 전 세계 점유율 87%를 차지했다. 기술 완성을 기다리는 대신 시장을 형성하고, 경험을 선점하고 있다.
우리도 더 머뭇거릴 수 없다. 기술보다 경험의 격차를 메워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AI로봇 1만5000대를 공공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당장 내년 국방·소방·경찰 등 국민 안전과 밀접하거나, 농업·돌봄 등 일손이 부족한 분야, 교육·문화 현장 등에 1700여 대를 우선 보급하기로 했다.
국민 세금으로 아직 완벽하지 않은 이 로봇을 꼭 사야만 하는지 의문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정부마저 기술 성숙을 기다리며 구매를 주저한다면, 국내 시장은 다른 나라의 로봇에 종속될 수 있다. 청년의 미래 일자리와 경제 성장의 기회까지 잃는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물론 로봇을 직접 구매하고 사용해야 할 공공기관의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감사를 받지 않을지, 책임을 묻지 않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도전을 주문하면서 책임을 현장 담당자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절차와 기준에 따라 구매하고 활용한 경우에는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구매 이후의 사후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AI로봇을 얼마나 보급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활용하고 발전시켰는지를 성과로 삼을 방침이다. 현장에서 나오는 작동 데이터와 오류, 사용자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통로를 마련할 것이다. 개인정보와 보안은 철저히 지키면서 로봇 성능을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AI로봇 생태계를 함께 키우는 혁신 동반자가 되는 전략이다.
오늘 정부와 공공기관이 감수하는 ‘미완성품 구매’는 미래 시장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마땅히 짊어져야 할 마중물이 될 것이다. 이 선제 투자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 감사와 실패의 두려움을 이기고 혁신의 첫발을 내디딜 공공기관 현장 담당자에게도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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